2007-07-23

가톨릭 교회에 대한 오해

"가톨릭 교회는 이들 종교에서 발견되는 옳고 성스러운 것은 아무것도 배척하지 않는다. 그들의 생활과 행동의 양식뿐만 아니라 그들의 규율과 교리도 거짓없는 존경으로 살펴본다. 그것이 비록 가톨릭에서 주장하고 가르치는 것과는 여러 면에 있어서 서로 다르다 해도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 진리를 반영하는 일도 드물지는 않다. 그리스도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시며"(요한14,6)그분 안에서 사람들이 종교 생활의 풍족함을 발견하고 그분 안에서 하느님께서 모든 것을 당신과 화해시키셨음을(2고린5,18-19)교회는 선포하고 있으며 또 반드시 선포해야 한다."(비 그리스도교에 관한 선언)

많은 사람들이 2차 바티칸공의회의 의미를 과대해석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위에서 인용한 문구를 꼼꼼히 읽어보면 알겠지만, 가톨릭 교회는 타 종교의 윤리적 가치를 인정할 뿐 '예수를 통하지 않고서는 구원받을 수 없다'라는 기본 교리까지 포기하고 있지는 않다. 진리를 반영하는 것과 진리 그 자체인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문건에서는 가톨릭의 기본적인 교리를 굳이 말로 재확인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개신교회에 대한 입장에 있어서도 그러한 오해는 마찬가지이다. 역사 이래 단 한번도 가톨릭 교회는 개신교회와 그 다양한 분파들을 온전한 교회로 인정한 적이 없다. "이런 단체들 속에서 지금 태어나서 그리스도를 믿게 된 사람들을 분열의 죄과로 몰아세울 수는 없으므로, 가톨릭 교회는 그들을 형제적 존경과 사랑으로 받아들이는 바이다. 그리스도를 믿고 합법적으로 세례를 받은 이들은, 비록 완전치는 못하나, 가톨릭 교회와 어느 정도 결합되어 있는 것"(제1장, 일치운동에 관한 교령)이라고 그 유명한 2차 바티칸공의회는 장엄하게 선포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성세 때에 믿음으로 의화된 그들은 그리스도의 몸에 결합되었으므로, 크리스챤이란 이름이 당연하며 가톨릭 교회의 자녀들은 그들을 주님 안의 형제로 인정하는 것이 당연하다"고는 하지만, 개신교회에 결함이 있다는 견해를 철회한 적은 없다.

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선언된 내용들을 면밀하게 검토하는 대신, 그 문헌에 대한 달콤한 풍문만을 전해들은 다음 그것을 토대로 멋대로 가톨릭 교회의 모습을 상상하면, 당연히 교회이면서도 교회로서의 기본 가치마저도 포기한 듯한 그 어떤 단체가 바로 요한 바오로 2세의 가톨릭 교회겠거니 하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과 완전히 다르다. 2차 공의회를 요한 바오로 2세가 개최한 것도 아니거니와, 이미 그부터가 공의회의 정신을 저버리고 있다는 비판을 수도 없이 들어온 인물이기도 하다. 스위스의 신학자 한스 큉은 교황청과 바로 그런 이유로 싸우다가 급기야 예수의 신성을 부정하교 교수직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가톨릭 교회가 '진보적'이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다만 한국 사회가 가톨릭 교회의 보편적 가치에 조금도 부합하지 못할 만큼 야만적이었던 시절, 자신의 윤리적 관점을 철저히 견지하던 교회가 유독 사회적으로 도드라지는 역할을 수행하였던 것 뿐이다. 바로 그 굳건함이 가톨릭 교회의 본질 중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에, 시간이 흐를수록 한국 가톨릭 교회는 '보수적'이라는 비판을 들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 반드시 바람직한 일인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자연스럽고 피할 수 없는 것이기는 하다.

댓글 3개:

  1. 재미있는 글 고마워요
    CD 크기에대한 글은 저에게 답을 주었습니다
    난 왜 CDP가 WALKMAN보다 불편한지 조그만하고 얇은 CD가 왜 휴대하기에 TAPE보다 불편한지 정말 몰랐었거든요 그리고 또하나 BASIL83이란 뜻이 뭐예요 혹시
    그거 제가좋아하는 향신료아니예요 전 화분에 키워서 필요할 때 쓰거든요 그리고 83은 YEAE OF UR BIRTH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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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에그머니나 엉뚱한 곳에 올렸네요
    미안 처음이라서
    그리고 너무 나이가 먹었나봐요 이런거 쓰기에
    (참고로 50이 가까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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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반갑습니다.

    질문하신 내용에 하나씩 대답을 하자면, 우선 씨디피와 관련된 내용은, 제가 몇 년 동안 똑같은 물건을 들고 다니다보니 확실히 느끼게 되서 한 말이에요. 지갑만 들고 나가서 씨디를 사면 주머니에 넣고 올 수 없다는 것도 그렇고요. 그리고 basil83이라는 아이디에서 앞에 basil은 식물의 이름이기도 하고 또 다른 맥락도 있는 그런 겁니다. 하지만 굳이 말하기는 좀 그렇고요.

    그리고 엉뚱한 곳에 올리셔도 다 볼 수 있으니까 괜찮습니다. 제 블로그는 다른 사람들 것보다 리플을 달기가 좀 불편하게 되어있으니 자책하실 것 없고요. 로버트 라이히 같은 사람도 열혈 블로거로 활동하는 세상이니까 나이는 의식하지 않으셔도 좋을 것 같네요. 아무튼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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