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2-05

왕도정치의 실용성과 그 방법론

도를 이룬 자에게는 도와주는 이가 많고 도를 잃은 자에게는 도와주는 이가 적다. 도와주는 이가 극단적으로 적은 경우에는 친척조차 배반하고, 도와주는 이가 지극히 많은 경우에는 천하 사람들이 따른다. 그러면 천하 사람들이 따르는 나라를 가지고 친척이 배반하는 나라를 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싸우지 않지만 싸우게 되면 반드시 승리하는 것이다.
73쪽, 《맹자》 (서울: 책세상 2002)


. . . 필자들은 연구 대상을 확대해, 1816년 이래 벌어진 전쟁 80개를 추가해 조사해 보았다. 해당 국가의 사회 계층화 정도는 당시 문헌을 조사해 판단했다. 분석 결과, 전쟁 당사국 중에서 사회적으로 더 평등한 구조를 가진 국가가 전쟁을 이긴 경우는 80%인 것으로 나타났다.
용감무쌍한 전투력과 사회 평등 사이에 무슨 상관이 있기에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둘 사이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작용할 수 있다. 국민개병제 체제로 구성된 군대의 내부 결집 정도가 다양할 수 있다는 점, 불평등한 사회의 군대는 종종 국내 반대 세력을 진압하는 데 동원된다는 점, 이런 사회에서는 적에게 심정적으로 이끌리는 가난한 병사들이 존재한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13쪽, "평등한 나라가 이긴다", 《Foreign Policy》 한국어판, 2007년 11/12월호, 통권 163호


문제는 맹자가 말하는 "왕도정치론"이 일종의 프로파간다를 통한 '사회 통합'일 가능성 또한 적지 않다는 데 있다. 가령 그 유명한 양혜왕 상권의 1장을 살펴보자.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서로 이익을 다툰다면 국가가 위태로워질 것"(15쪽, 같은 책)이라는 이유로 맹자는 이익을 말하는 양혜왕을 꾸짖는다. 임금이 인仁을 보여주면 신하와 백성들도 그것을 따라할 것이므로 임금은 이익 대신 인의만을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사회 구상이기는 하지만, 너무도 단순한 행동 모형에 입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국민국가의 구성원이 충실한 애국심을 느끼고 있을수록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굳이 위에 인용한 FP의 기사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모든 이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바와 같다. 문제는 그러한 '사회적 통합'을 이루는 방식이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지도자가 먼저 본을 보여야'처럼 한국어 화자들의 입에서 너무도 쉽게 나오는 표현들은, 이렇듯 의외로 단단한 사상적 연혁을 갖추고 있고, 따라서 좀 더 정밀한 분석 및 역사적 고찰을 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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