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21

검찰 문제, 몇 가지 빠진 지점

PD수첩의 방영 이후 사람들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검찰에서도 외부 인사가 대거 포함된 특위를 꾸려 내부 감찰을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여기까지는 좋다. 마땅히 그래야 하는 일이고, 좋은 반응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논의하는 지점에서 몇 가지 빠진 구석이 보인다.


1. 성매매와 여성 문제

검찰들은 어디서 접대를 받는가? 그 접대의 양식이 성매매를 포함한 음주가무라는 점을 들어 사람들은 '떡찰이 떡친다'는 식의 조롱을 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애초에 그런 '대량 성매매'가 아무렇지 않게 벌어질 수 있는 문화가 대한민국 사회에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 미국에서도 정치인과 고위 관료들을 대상으로 한 고급 성매매 업체가 적발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양상은 한국과 달랐다. 우리는 남자들이 떼로 한 건물에 몰려가서 술을 마시고 삼삼오오 모텔로 흩어진다. 미국에서는 은밀하게 연락을 받은 고급 콜걸들이 고위 공직자가 있는 호텔에 찾아가 성매매를 했다. 이 차이는 매우 크다.

요컨대 한국에서는 '남자'라면 당연히 끼어야 하는 어떤 추접한 아랫도리 업무가 따로 존재한다. 그 사실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TV에서 본 것과 같은 향응 접대가 가능한 것이다. 성매매 자체를 근절하는 것은 절도나 강도를 근절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불가능하지만, 지금처럼 '다들 쉬쉬하지만 모두 다 알고 있는' 형태로 대규모 성매매가 시행되는 사회 구조를 방치하고 있는 한, 돈을 가진 자들은 당연히 권력자들에게 술과 성을 접대할 것이다.

고위공직자 사회 내의 성비를 깨뜨리는 문제가 그래서 중요하다. 자료를 어디서 봤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성비가 골고루 나누어지면 나누어질수록 비리가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왜냐하면 앞서 말한 것과 같은 '집단적 로비'가 점점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모든 검사들이 다리 사이에 좆을 달고 있다면, 그 숫자만큼 아가씨를 붙여주면 된다. 하지만 일부 검사들이 여성이고 그들이 높은 자리에까지 올라와 있다면, 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워지는 것이다.

남성 중심적이고 집단적으로 움직이는 한국 사회의 문화적 풍토가 바로 이와 같은 집단 성매매를 통한 향응 접대를 낳는 기반이 되고 있다는 점을 무시하려 들면 곤란하다. 검찰에 대한 비난과 더불어 이 문제를 여성주의적인 시각에서도 비판할 수 있고, 그 비판이야말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많은 분들이 상기해 주었으면 싶다. 성매매를 옹호하는 당신은 떡찰을 옹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2. 비리와 노동 문제

『삼성을 생각한다』에서 잘 말하고 있듯이, 기업의 내부 비리를 척결하는 가장 탁월한 방법은 그 기업에 강경한 노동조합이 자리를 잡는 것이다. 삼성도 그렇거니와 이번에 PD수첩에 나온 그 기업도 그렇다. 사장님이 검사 영감님들게 술 사드리고 여자 바치는 그 돈이 과연 어디서 나왔을까? 사장의 개인 돈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그게 다 회사 공금이다.

노동조합이 생기면 그런 일이 완전히 근절될 수 없더라도, 많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은 그래서이다. 회사돈으로 사장이 친분 쌓고 다니면서 '공적 활동'이라고 우기지 못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기업과 권력간의 유착을 상당 부분 제거해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점점 노동조합에 대해 비우호적으로 변해가고 있고, 그것은 한국 사회의 변화를 바란다고 외치는 '시민'들도 마찬가지이다. 유시민은 87년 789 노동자 대투쟁을 통한 노동운동의 정치세력화를 '분열'이라고 말하더라.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그 말에 한치의 동의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분열이 아니라 '성장'이다. 노동운동이 온전히 자리를 잡고 정치적으로도 제 몫을 확보하지 못하는 한 한국 사회의 자정능력 신장은 기대할 수 없는 일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노동운동을 매도하면서 한국 사회의 개선을 바란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소리라는 뜻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노동의 ㄴ자만 나와도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든다. 이런 인식도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


3. 검찰 수사비 현실화

한 차례 사정의 폭풍이 몰아친다 하더라도 결국 검사들은 다시 스폰서에게 돈을 받을 것이다. 그래야 할 핑계가 그대로 남아있다면 말이다. 검사들은 늘 수사비가 모자란다. 혹은 그렇다고들 한다. 이것은 참으로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자금이 모자라면, 공적으로 신청해서 받아내면 되는 일이 아닐까?

현실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그렇다면 바로 그 현실을 뜯어고쳐서 검사들이 돈 받아먹을 핑계를 대지 못하게 만들면서, 동시에 도덕적인 압박을 가하는 것이 옳다. 수사비가 부족하다는 핑계로 어디 어디 사장님들 만나서 접대 받는 것이 문제라면, 일단 수사비도 제대로 지급하고, 수사비를 유용하거나 접대를 받을 경우 훨씬 가혹한 처벌을 받게 해야 앞뒤가 맞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개혁안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고, 나온다고 해도 시민사회에서 그것을 수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청백리를 요구하기만 하면 나오는 것은 탐관오리 뿐이다. 관직에 있는 것도 결국 사람이라는 점을 명백히 하고, 인간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면서 인간적으로 통제하고자 하지 않는 한, 구조적인 비리와 부패의 사슬은 끊기 어렵다.


검찰에 대한 이번 비판을 통해 검찰이 진실로 변화하기를 바란다. 그 변화의 과정 속에서 앞서 말한 요소들도 조금씩 진전되어 나간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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