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6-14

이제 그를 보내드리자

나는 이제 우리 모두가 그를 진정으로 떠나보낼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를 적대시함으로써 내부 결속을 다지는 보수 진영도 그렇거니와, 노 전 대통령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와 동정심을 정치적 자양분으로 삼고자 하는 일부 ‘개혁·친노 세력’도 그렇다. 노무현에 대한 추모와는 별개로, 이제 더는 그가 정치적 소재로 이용되지 않았으면 싶다. 그것은 떠난 사람에 대한 살아있는 사람들의 예의가 아닐 뿐더러, 정치적으로도 또 정치공학적으로도 올바르지 않다.

가장 즉물적인 차원부터 시작해보자. 노 전 대통령을 ‘정치적 상징’으로 계속 붙잡고 있는 것은 정치공학적으로 볼 때 현명한 판단이 아니다. 그것은 자연적으로 반노(反盧) 정서를 자극함으로써 한나라당과 그 지지세력을 결집시킨다. 현재 가시화되고 있는 한나라당의 내부 분열을 매꿔주는 ‘외부의 적’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진정 변화하거나 한국 정치에서 차지하는 지분을 크게 잃어버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한나라당이 분열하도록 내버려둬야 한다. 정치적 상징으로서의 노무현은 그들을 결집시키는 역할을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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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의 오피니언 사이트 '훅'에 보낸 원고입니다. 한겨레를 읽는 친노 성향의 '시민'들을 예상 독자로 삼아서 쓴 글입니다. 리플은 한겨레 사이트에 남겨주셔도 되고 여기에 달아주셔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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