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31

2012년 독서 목록

  1. 20120112 - 프리드리히 키틀러, 윤원화 옮김, 『광학적 미디어: 1999년 베를린 강의 - 예술, 기술, 전쟁』(서울: 현실문화, 2011)
  2. 20120114 - Terry Eagelton, /The Meaning of Life/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2007)   
  3. 20120118 - 홍기빈, 『비그포르스, 복지 국가와 잠정적 유토피아』(서울: 책세상, 2011)
  4. 20120120 - 에릭 A. 해블록, 이명훈 옮김, 『플라톤 서설』(경기도 파주: 글항아리, 2011)
  5. 20120125 - 프란츠 카프카, 이재황 옮김,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서울: 문학과지성사, 1999)
  6. 20120127 - 리처드 플로리다, 이원호, 이종호, 서민철 옮김, 『도시와 창조 계급』(서울: 푸른길, 2008)
  7. 20120131 - 서형, 『부러진 화살』(서울: 후마니타스, 2012), 개정판.
  8. 20120206 - Chris Hedges, /Death of the Liberal Class/ (New York: Nation Books, 2010)
  9. 20120208 - W. G. 제발트, 『아우스터리츠』(서울: 을유문화사, 2009)
  10. 20120212 - Roy F. Baumeister, John Tierney /Willpower: Rediscovering the Greatest Human Strength/ (New York: The Penguin Press, 2011).
  11. 20120226 - 맥스 브룩스, 장성주 옮김,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서울: 황금가지, 2011)
  12. 20120228 - 아룬다티 로이, 최인숙 옮김, 『생존의 비용』(서울: 문학과지성사, 2003)
  13. 20120306 - 브룩 글래드스톤 글, 조시 뉴펠드 그림, 권혁 옮김, 『미디어 씹어먹기』(서울: 돋을새김, 2012)
  14. 20120319 - 조너선 스턴, 윤원화 옮김, 『청취의 과거: 청각적 근대성의 기원들』(서울: 현실문화, 2010)
  15. 20120325 - 조너선 샤프란 포어, 송은주 옮김,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서울: 민음사, 2011)
  16. 20120326 - 제임스 길리건, 이희재 옮김,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서울: 교양인, 2012)
  17. 20120326 - 리처드 윌킨슨, 김홍수영 옮김, 『평등해야 건강하다』(서울: 후마니타스, 2008)
  18. 20120409 - 페리 앤더슨, 안효상, 이승우 옮김, 『현대 사상의 스펙트럼: 카를 슈미트에서 에릭 홉스봄까지』(서울: 길, 2011)
  19. 20120418 - 류짜이푸, 임태홍, 한순자 옮김, 『쌍전: 삼국지와 수호지는 어떻게 동양을 지배했는가』(경기도 파주: 글항아리, 2012)
  20. 20120418 - 제임스 R. 베니거, 윤원화 옮김, 『컨트롤 레벌루션: 현대 자본주의의 또 다른 기원』(서울: 현실문화연구, 2009)
  21. 20120421 - 박성민, 강양구 대담, 『정치의 몰락』(서울: 민음사, 2012)
  22. 20120429 - 정준호, 『기생충, 우리들의 오래된 동반자』(서울: 후마니타스, 2011)
  23. 20120511 - 셰리 버먼, XXX 옮김, 『정치가 우선한다』(서울: 후마니타스, 2011(?))
  24. 20120512 - 이영준, 『페가서스 10000마일』(서울: 워크룸프레스, 2012)
  25. 20120513 - 카를 슈미트, 나종석 옮김, 『현대 의회주의의 정신사적 상황』(서울: 길, 2012)
  26. 20120521 - 막스 베버, 최장집 엮음, 박상훈 옮김, 『소명으로서의 정치』(서울: 후마니타스, 2011)
  27. 20120524 - 김상봉,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서울: 꾸리에, 2012)
  28. 20120528 - 포시디우스, 이연학, 최원호 옮김, 『아우구스티누스의 생애』(경상북도 대구: 분도출판사, 2008)
  29. 20120531 - 루돌프 파이퍼, 정기문 옮김, 『인문정신의 역사』(서울: 길, 2011)
  30. 20120603 - 브루스 부에노 데 메스키타, 알리스테어 스미스 지음, 이미숙 옮김, 『독재자의 핸드북: 사상 최악의 독재자들이 감춰둔 통치의 원칙』(서울: 웅진지식하우스, 2012)
  31. 20120603 - 김두식, 『욕망해도 괜찮아』(경기도 파주: 창비, 2012)
  32. 20120604 - 강영안, 『철학은 어디에 있는가』(경기도 파주: 한길사, 2012)
  33. 20120613 - 세라 손튼, 이대형·배수희 옮김, 『걸작의 뒷모습』(서울: 세미콜론, 2011)
  34. 20120617 - 노라 에프런, 김용언 옮김, 『철들면 버려야 할 판타지에 대하여』(서울: 반비, 2012)
  35. 20120827 - 사사키 아타루, 송태욱 옮김,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서울: 자음과모음, 2012)
  36. 20120831 - 안철수, 제정임 엮음, 『안철수의 생각』(서울: 김영사, 2012)
  37. 20120906 - 와타나베 쇼이치, 김욱 옮김, 『지적 생활의 발견』(경기도 고양시: 위즈덤하우스, 2011)
  38. 20120909 - 와타나베 쇼이치, 김욱 옮김, 『지적으로 나이드는 법』(경기도 고양시: 위즈덤하우스, 2012)
  39. 20120912 - 김용언, 『범죄소설 - 그 기원과 매혹』(서울: 강, 2012)
  40. 20120920 - 히가시노 게이고, 양억관 옮김, 『용의자 X의 헌신』(서울: 현대문학, 2007)
  41. 20120923 - 슈테판 츠바이크, 안인희 옮김, 『위로하는 정신: 체념과 물러섬의 대가 몽테뉴』(경기도 파주: 유유, 2012)
  42. 20120925 - 찰스 다윈, 이한중 옮김, 『찰스 다윈 자서전: 나의 삶은 서서히 진화해왔다』(서울: 갈라파고스, 2003)
  43. 20121017 - 티에리 크루벨리에, 전혜영 옮김, 『자백의 대가: 크메르 루즈 살인고문관의 정신세계』(경기도 파주: 글항아리, 2012)
  44. 20121018 - 김종배, 『30대 정치학』(서울: 반비, 2012)
  45. 20121025 - 장우철, 『여기와 거기』(경기도 파주: 난다, 2012)
  46. 20121101 - 위화, 김태성 옮김,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경기도 파주: 문학동네, 2012)
  47. 20121112 - 이반 투르게네프, 최진희 옮김, 『첫사랑』(서울: 펭귄클래식 코리아, 2008)
  48. 20121118 - 프란츠 폰 리스트, 심재우, 윤재왕 옮김, 차병직 해제, 『마르부르크 강령』(서울: 강, 2012)
  49. 20121123 - 브뤼노 라투르,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경기도 고양: 사월의책, 2012)
  50. 20121126 - 김어준, 지승호 엮음, 『닥치고 정치』(경기도 파주: 푸른숲, 2011)
  51. 20121127 - 김어준, 『건투를 빈다』(경기도 파주: 푸른숲, 2008)
  52. 20121129 - 김규항, 김어준 대담, 고경태 정리,『쾌도난담』(서울: 태명, 2000)
  53. 20121210 - 셸리 케이건, 박세연 옮김, 『죽음이란 무엇인가』(서울: 엘도라도, 2012)
  54. 20121217 - 이진, 『원더랜드 대모험』(서울: 비룡소, 2012)
  55. 20121220 - 앨버트 허쉬먼, 김승현 옮김, 『열정과 이해관계 - 고전적 자본주의 옹호론』(서울: 나남출판, 1994)
  56. 20121226 - 빅토르 위고, 정기수 옮김, 『레 미제라블 1』(서울: 민음사, 2012)
  57. 20121227 - 빅토르 위고, 정기수 옮김, 『레 미제라블 2』(서울: 민음사, 2012)
  58. 20121231 - 빅토르 위고, 정기수 옮김, 『레 미제라블 3』(서울: 민음사, 2012)



    상반기는 군생활, 하반기는 밥벌이. 여러모로 아쉬웠던 한 해였습니다.

    2012-12-12

    당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

    이 사건의 경우 '이 일은 당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고 주의를 환기시키거나 겁을 주는 일이, 두 방향 모두에서 가능하다. 국가정보원이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는 악성댓글을 다는 방식으로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제보를 받고 강남의 한 오피스텔을 경찰과 선관위, 기자들이 급습한 사건을 두고 하는 말이다.

    국가정보원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사찰', 혹은 '권력기관의 권한 남용'이 언제든지 당신에게도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반대로 그 사건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퇴근 후에 집에서 익명으로 악성댓글을 달고 있다고 해서 경찰이 문을 따고 쳐들어오는 일이 가능해진다면, 실질적으로 표현의 자유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편다.

    스스로를 어떤 주체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이 입장은 갈라진다. 자신을 여당 혹은 현 정부의 대립하는 '야당적 주체'로 바라본다면 국가정보원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매우 경악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공권력'의 반대편에 있는 한 '개인으로서의 시민'으로 본다면, 고작 인터넷에서 악성댓글을 단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집에 경찰이 문을 따고 들어간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란 어려운 일이다. 국정원의 선거 개입 의혹이 있더라도 말이다.

    이 사건이 지리멸렬하게 전개되면서 정치적으로 악영향 혹은 반작용만을 불러일으킬 경우, 두 가지 차원에서의 우려가 동시에 현실화될 수도 있다. 요컨대 현재의 '야권'은 계속 검찰과 국정원 등으로부터 '탄압'을 받으면서, 그와 정비례해서 시민적 자유에 대한 침해도 커지는 것 말이다. 해당 사안을 두고 벌이는 언론플레이의 수준과 사건의 전개 과정을 놓고 볼 때, 사태는 더욱 비관적이기만 하다. 결국 이 모든 일들이 당신과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도록 되어가는 것 같다.

    2012-12-11

    [2030 콘서트]재능기부와 개똥 먹기

    [2030 콘서트]재능기부와 개똥 먹기

    경제학자 두 명이 길을 걷다가 개똥을 발견했다. 경제학자 A가 B에게 제안했다. 자네가 저 개똥을 먹으면 내가 100달러를 주겠네. B는 고심 끝에 그 조건을 받아들였고, 100달러를 벌었다. 좀 더 가다보니 개똥이 또 하나 나왔다. 이번에는 B가 A에게 같은 제안을 했고, A가 개똥을 먹어서 100달러를 B로부터 받았다.

    정산을 해보자. 두 사람 모두 개똥을 먹었고, 100달러씩 벌었지만 또 100달러를 썼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둘 다 개똥만 먹고 한 푼도 못 번 셈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달러씩 서로 두 번 거래를 한 셈이어서, GDP(국내총생산)는 200달러 올라간다. GDP가 현실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행복과 삶을 제대로 반영해주지는 못한다는 교훈을 전달하고자 할 때 경제학자들이 인용하곤 하는 경제 우화 중 하나다.

    이 지저분한 이야기는 그러나, 모종의 깔끔한 ‘상식’을 전제로 하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 일을 시키려면 돈을 줘야 한다. 업무를 완수하면 ‘요즘 경기가 통 안 좋아서’같이 구질구질한 핑계 대지 말고, 제대로 지불해야 한다. 게다가 B가 A의 제안을 받아들여 본인도 100달러를 벌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시피, 그들에게는 이른바 ‘갑’과 ‘을’의 관계가 유동적이고 잠정적이다. 이런 상식이 통하는 세상 속에 두 명의 경제학자와 두 개의 개똥이 존재하는 것이다.

    여기서 A와 B가 100달러를 매개로 수평적인 관계를 맺는다는 사실에 주목해보자. A의 제안을 받았을 때 B는 100달러를 포기하는 대신 자신의 구강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쪽을 선택할 수 있었다. 100달러를 벌게 된 B는 또 반대로, 그 돈을 자신을 위해 쓸 수도 있었고, <영웅본색>의 주윤발처럼 담뱃불을 붙이는 용도로 활용할 수도 있었지만, A에게 같은 제안을 하는 쪽을 택했다. 그 시점에서 말하자면 ‘주도권’을 가진 사람은 B이다. 그에게는 100달러가 있지만 A에게는 없다. 100달러를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해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이제 A가 아니라 B이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고, 돈은 곧 힘이다. A는 B에게 개똥을 먹이는 대신 그만큼 자신의 ‘힘’을 넘겨준 것이다.

    여기서 우화의 형태를 조금 바꿔보자. 갑은 모종의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는 사장이고, 을은 갓 대학을 졸업한 청년이다. 이 조합이라면 갑이 을에게 ‘젊은 벗의 재능을 기부해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을 상상하는 일이 그리 이상하지만은 않다. 또한 을이 ‘나중에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써넣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품고 그 일을 수락하는 것도 낯설지 않은 일이다.

    논의의 공정함을 위해 갑이 운영하는 ‘사회적기업’이 정말 좋은 곳이어서, 을의 재능기부는 사회 전체를 이롭게 하는 방향으로 작용했고, 그래서 을 스스로가 그 이익을 보게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고 해도 이 이야기는 본래의 경제학자들이 등장하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는 갑은, 동료에게 짓궂은 내기를 제안한 경제학자 A와 달리, 을에게 자신의 돈, 즉 ‘힘’을 넘겨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을이 월급을 받아서 전액을 다시 갑의 ‘사회적기업’에 기부할 생각이었다고 해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갑의 돈은 을의 통장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므로 누구에게 얼마나 어떻게 기부할지 결정할 수 있는 자유가 을에게는 없다. 을은 재능기부를 함으로써 ‘기부’ 그 자체뿐 아니라, 다른 그 어떤 행위도 선택할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좋아서 하는 일이건 마지못해 하는 일이건 일은 일이다. 좋아하던 것도 직업으로 삼으면 힘들긴 매한가지다. 개똥을 먹고 돈을 받는 경제학자들의 비유는 어쩌면 우리의 삶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자신의 일을 사랑해도 매 순간 충만하고 행복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하물며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원치 않아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미처 다 파악하지도 못한 20대에게 일한 만큼의 돈을 지불하지 않는 것은, 제아무리 ‘좋은’ 포장지로 감싸도 노동착취일 뿐이다. 이 구조적 모순에 온몸으로 맞서는 후보에게, 이번 대선에서 나는 한 표를 던진다.

    입력 : 2012-11-28 21:24:44수정 : 2012-11-28 21:24: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