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01

[북리뷰]‘논란’에서 사회적 ‘논의’로의 필요성

[북리뷰]‘논란’에서 사회적 ‘논의’로의 필요성

제국의 위안부
박유하 지음·뿌리와이파리·1만8000원

<제국의 위안부>는 하나의 이미지와 싸우는 책이다.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분노의 눈빛으로 일본대사관을 바라보는 위안부 소녀상의 이미지가 바로 그것이다. 박유하 교수는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한 ‘그 위안부 소녀’의 모습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대신 그가 제시하는 ‘위안부’의 모습은, 적어도 단발머리 소녀가 총칼 앞에 끌려와 유린당하는 모습보다는 일상적인 무언가에 가깝지만, 그렇기에 바로 그 이미지에 친숙한 이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준다. 박유하 교수는 지금까지 발행된 자료들을 토대로, 일제가 운영하던 위안소의 모습이 말하자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집창촌 등의 풍경에 더욱 가깝다고 역설하는 것이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다양한 발언이 터져나온 탓에 이 책 <제국의 위안부>도 졸지에 뜨거운 감자가 되어버렸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정복수 할머니(98) 등 9명이 지난 16일, 서울동부지검에 박유하 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것이다. 그 다음날에는 이 책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박 교수는 사과할 뜻이 없다고 밝혔고, 사건은 현재진행형이다.

이 사건에 대해 한마디 보태고 싶은 독자가 있다면, 법원으로부터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이 나오기 전에 <제국의 위안부>를 구하여 읽어볼 것을 먼저 권한다. 이 사안은 단순한 ‘논란’에서 사회적 ‘논의’로 승화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책 내용으로 들어가보자. 조금만 흥분을 가라앉히고 생각해보면, ‘일본군 위안부는 업자인 포주에 의해 운영된 일종의 공창이었다’는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것은 우리가 ‘기지촌’에서 숱하게 보아온 바로 그 모습이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속아서 갔건 자발적으로 갔건 관리매춘이 대부분이고, 그런 구조를 제대로 봐야 보상이든 사죄든 받을 수 있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일본군이 직접 위안소를 운영하지 않았다는 것, 중간에 끼어든 포주들이 위안부들에게 돌아가야 할 돈과 전표를 떼어먹고 그들에게 성매매를 강요했다는 것 등은 우리의 역사적 상상력에 드리워진 ‘신성한 금기’를 젖혀두고 보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 아니다.

문제는 위안부의 실질적 운영 주체가 윤락업자라는 사실로부터, 박 교수가 지나치게 크고 많은 면죄부를 발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책의 결론 부분에 이르러 그는 “게다가 동원이 ‘인신매매’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군이 알고도 지시한 것이 아닌 한, 설사 방관했다 하더라도 그 묵인이 의식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한, ‘강제연행’이나 ‘인신매매’의 주체를 ‘일본군’으로 상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255쪽)고 주장한다.

이러한 논리를 연장하면 우리는 공공연히 미군기지 앞에 ‘기지촌’이 운영되는 것을 방관하며, 혹은 음성적으로 지원하며 ‘외화벌이’에 나섰던 한국 정부의 지난 시절을 비난할 수도 없다. 한국전쟁 당시 일본군으로부터 배웠던 그대로 한국군이 위안소를 운영했다는 증언과 자료도 현재 많이 확보되어 있는 상태다. 한국군의 전쟁범죄에 대해서도 우리는 그저 ‘도의적 책임’만을 논해야 한다. 그 속에서 묻혀버리는 수많은 전쟁 성폭력의 피해자들을 위해서라도 <제국의 위안부> 논란은 좀 더 진지하게 전개되며 승화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노정태 ‘논객시대’ 저자/번역가>

2014.07.01ㅣ주간경향 1082호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id=201406241106461&code=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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