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19

『탄탈로스의 신화』가 출간되었습니다


책에 적혀 있는 발행일은 2016년 9월 1일, 실제 발행일은 9월 8일. 아무튼 책이 나왔습니다. (구입: 교보문고 YES24 알라딘)

아는 사람은 모두 아는 잡지 도미노에 실렸던 원고들을 중심으로, DT3에 수록된 "스테일메이트"를 많이 고쳐 쓰고, 도미노에 싣지 않았던 "진리와 동굴"을 추가한 후, 순서를 정렬하고 업데이트하여 만들어낸 책입니다.

그러나 책은 책으로서 별개의 맥락을 지니는 법. 이미 도미노를 읽어온 독자라 하더라도, 『탄탈로스의 신화』를 통해 사뭇 다른 재미와 감동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글을 썼던 나 스스로도, 도미노 동인으로서 열심히 활동하던 그 때와는 다른 독서의 경험을 했기 때문입니다.

『탄탈로스의 신화』는, 비유하자면 저의 첫 번째 개인전과도 같습니다. 그럼 『논객시대』는 무엇이었느냐, 역시 비유하자면 졸업 전시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청년 논객'으로서, 아무튼 '그때 그 논객'들의 영향권 하에서 지적으로 성장해왔던 개인사적 맥락을 당대의 분위기와 엮어, 한 편당 충분한 지면을 활용하는 본격 서평의 형태로 뽑아낸 것이니만큼 '졸업'의 느낌이 강했다고 할 수 있겠지요.

반면 『탄탈로스의 신화』는 전례가 없는 책입니다. 적어도 내가 한국어로 읽어온 텍스트 중에서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표현한 결과물은 없었습니다. 저자의 말에 써놓은 것처럼 나는 에세이스트이고자 했으며, 에세이스트가 아닌 그 무엇도 되고자 하지 않는 삶을 살아왔는데,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인 셈입니다.

앞으로도 같은 종류의 작업만을 계속할 생각은 없습니다. 에세이스트의 글쓰기는, 다른 그 어떤 요소와도 뒤섞일 수 있지만, 대량생산은 불가능한 것이니까요. 금년 중으로 『남자를 위한 페미니즘』(가제)이 출간될 예정이며, 그것은 완전히 다른 문체와 방법론으로 여성차별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다룹니다. 그 외에도 다수의 계약된 번역서가 있고, 모 출판사와 논의중인 단행본도 있는데, 그것은 대선 국면이 불타오르기 전에 세상에 나와야 합니다.


『탄탈로스의 신화』는 도미노 총서의 첫 번째 책입니다. 도미노에 실렸던 원고들을 개고하거나, 아예 도미노 필진이 처음부터 글을 다시 쓰는 방식으로, 도미노 총서는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미 세 권이 나왔고, 올해 11월 언리미티드 에디션 이전에 세 권을 더 출간할 계획입니다.

해방 이후 한국의 지적 풍경을 만들고 또 지배해왔던 문학계의 주요 출판사들이 앞다투어 '새로운' 잡지를 펴내고, '신선한' 시도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자체를 폄하할 의도는 없습니다만, '정말 그게 새로운 것인가, 늘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새로움이라는 이름의 낡음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떨쳐내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제가 『탄탈로스의 신화』를 써냈다는 것, 도미노의 편집동인으로 활동했다는 것, 도미노 총서의 발행을 기획하고 있다는 것, 그 모든 요소들에 대해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저와 제 동료들의 작업은 '낡은 새로움'을 윤색하기 위해 동원되는 그 무언가와 전혀 다른 층위에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탄탈로스의 신화』와 도미노 총서가 새로운 시대의 전범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과거와의 단절을 통해 미래로 향하는 추진력을 얻고자 시도한다면 이 정도는 해야 합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남들이 해내지 못했던 무언가를 해냈습니다. 다른 필자들 역시 각자의 성취를 거두었고, 나름의 자부심을 거리낌없이 드러내야 할 시점입니다. 『탄탈로스의 신화』, 그리고 도미노 총서의 출간은 기념비적인 사건이며, 사건이어야만 합니다. 그 이유는 독자 여러분들의 독서 경험 속에서 개별적으로 피어나겠지만 아마도 거의 동일한 곳을 향할 것입니다. 그 방향에, 이렇게 부를 수 있다면,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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