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8-30

The Birds In Your Garden



"The Birds In Your Garden"

It's six o'clock, the birds are singing.
I'm wide awake whilst you're still fast asleep.
I went outside, into your garden.
The sun was bright & the air was cool
And as I stood there listening
Well the birds in your garden they all started singing this song
"Take her now. Don't be scared, it's alright.
Oh, come on, touch her inside.
It's a crime against nature - she's been waiting all night.
Come on, hold her, & kiss her & tell her you care
If you wait 'til tomorrow she'll no longer be there.
Come on & give it to her.
You know it's now or never."
Yeah, the birds in your garden have all started singing this song.

My father never told me about the birds & the bees.
And I guess I never realised that I would ever meet birds as beautiful as these.
I came inside, climbed to your bedroom.
I kissed your eyes awake & then I did what I knew was only natural.
And then the birds in your garden, they all started singing this song
"Take her now. Don't be scared, it's alright.
Oh, come on, touch her inside.
It's a crime against nature - she's been waiting all night.
Come on, hold her, & kiss her & tell her you care
If you wait 'til tomorrow she'll no longer be there.
Come on & give it to her. You know it's now or never."
Yeah, the birds in your garden have all started singing this song.
Yeah, the birds in your garden, they taught me the words to this song.

2007-08-29

Four Poems

Four Poems



I think it will be winter when he comes.
From the unbearable whiteness of the road
a dot will emerge, so black that eyes will blur,
and it will be approaching for a long, long time,
making his absence commensurate with his coming,
and for a long, long time it will remain a dot.
A speck of dust? A burning in the eye? And snow,
there will be nothing else but snow,
and for a long, long while there will be nothing,
and he will pull away the snowy curtain,
he will acquire size and three dimensions,
he will keep coming closer, closer . . .
This is the limit, he cannot get closer. But he keeps approaching,
now too vast to measure . . .



——



If there is something to desire,
there will be something to regret.
If there is something to regret,
there will be something to recall.
If there is something to recall,
there was nothing to regret.
If there was nothing to regret,
there was nothing to desire.



——



Let us touch each other
while we still have hands,
palms, forearms, elbows . . .
Let us love each other for misery,
torture each other, torment,
disfigure, maim,
to remember better,
to part with less pain.



——



We are rich: we have nothing to lose.
We are old: we have nowhere to rush.
We shall fluff the pillows of the past,
poke the embers of the days to come,
talk about what means the most,
as the indolent daylight fades.
We shall lay to rest our undying dead:
I shall bury you, you will bury me.




by Vera Pavlova
(Translated, from the Russian, by Steven Seymour.)

2007-08-26

'타인의 취향'이라는 칼럼을 니체가 읽는다면

타인의 취향

"말은 똥을 치워주는 사람이 아니라 채찍으로 때리는 사람을 주인으로 여긴다." 김규항과 진중권의 최근 행적을 니체가 봤다면 아마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인터넷 세상이 그리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확인시켜주고, 다섯 명 대표선수 불러내서 밟아준 진중권은 대중들, 적어도 디씨인사이드 디워갤러로부터 일종의 존경심, 흑인 래퍼처럼 말하자면 리스펙트Respect를 얻었다. 반면 김규항이 뒤늦게 싸지른 이 대중영합적인 글은, 심지어는 이 글을 읽는 대중들에게도 존중받지 못할 것이다. 이미 '디 워'열풍이 끝난 후에야 그들의 비위를 맞춰주는 이따위 짤막한 칼럼 따위가 뭐에 쓸모가 있단 말인가. '디 워'와 관련하여 진중권이 김규항의 이름을 단 한 번도 호명한 적이 없다는 점을 상기해본다면, 이건 순전히 김규항의 치졸한 경쟁심에서 비롯한 지면 및 원고료 낭비일 뿐이다. 그리고 그 책임은 온전히 김규항에게 있다. 본인의 말마따나 "동네 양아치들이 싸우다 파출소에 잡혀가도 ‘선빵'을 가리는법"이니 말이다. 간만에 만나는, 김규항다운 글이다.

jar, v.1

I. 1. intr. To make or emit a harsh grating sound; to make a musical discord; to sound harshly or in discord with other sounds. Also fig.

. . . 1816 BYRON Ch. Har. III. iv, Perchance my heart and harp have lost a string, And both may jar.

from the OED.

2007-08-24

개와 늑대의 시간 12화 단상

* 스포일러 있음


날이 갈수록 마오와 자신을 동일시 할 수밖에 없는 여건으로 빨려들어가던 이수현은, 정작 그 마오와 완전히 같은 행동을 하게 되는 순간 케이라는 정체성으로부터 튕겨져 나오게 된다. 그의 정체성의 물밑 부분들은 마오의 총구를 손으로 가로막던 그 순간의 트라우마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무리 이수현이 어미결정과도 같은 과정을 통해 거의 완벽한 청방의 일원으로 거듭났다고 해도, 그가 마오라는 새로운 아버지의 후계자가 되는 것은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총구를 가로막은 서지우에게 이수현이 정서적 친화성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도 적어둘만한 일이다. 희생자인 어머니에 대한 애틋함이 아니라, 그런 종류의 감정은 양아버지가 살해되는 순간 이미 이수현의 척수를 훑고 지나간 바 있고, 다만 어머니를 해치려는 총구 앞에서 간신히 목숨을 건진 자신을, 거울에 비친 듯 마주하게 됨으로 인해 그는 스스로가 누구인지를 아주 명확하게 확인한다.
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보면, 기억을 잃기 전 마오를 향하고 있던 이수현의 끝없는 증오심이 단지 복수를 위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이 서서히 드러나게 된다. 물론 시간 순서대로 사건과 감정을 훑으면 방금 내가 쓴 문장은 진실이 아니다. 하지만 이수현의 입장에서 의식의 흐름에 따라 이 모든 일들을 재구성한다면, '닿을 수 없는 제2의 정체성'이라는 식으로 축약될 수 있는, 단순한 복수심만으로 해소될 수 없는 심리적 문제가 또아리를 맺는다. 그런 이유로, 기억을 찾은 수현은 쉽게 마오를 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갑수본좌 꽃무늬 넥타이 화이팅!

2007-08-14

심형래 감독께 차기작을 권함

'디 워' 논란이 쉽사리 잠들 것 같지 않다. 씨네 21과 필름 2.0등 영화 매체들은 이 소란 자체가 쇼박스라는 '충무로 자본'의 농간임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섰고, 느닷없는 진중권의 등장으로 인해 이른바 '디빠'들은 햇살 아래 지렁이들처럼 꿈틀거리고 있으며, 더군다나 '황빠'들이 '디빠'들에게 연대의 손길을 내밀면서 그 사실을 아는 대중들의 시선은 더욱 싸늘해져만 가고 있다. 요컨대 심형래 감독은 점점 외통수를 향해 치닫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영화감독은 영화를 통해 말해야 하고 승부를 봐야 한다. 강우석만 고독한 승부사인가? 심형래도 고독한 승부사다. 글쟁이가 글로 결판을 내듯 영화감독에게는 작품만이 모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짜표를 펑펑 뿌려대는 마케팅 따위 충무로 쇼박스 홍보팀에게 맡겨두고, 심형래 감독은 차기작 구상에 지금부터 몰입해야 한다. 그러나 이 소란 속에서 오리지널 스토리가 제대로 떠오를 리 만무하니, 대책 마련이 취미이자 특기인 나는 심형래 감독이 영화로 각색하면 딱 어울릴법한 인터넷 소설을 한 편 소개하고자 한다.

이 작품은 무려 230만 조회수에 빛나는 인터넷 판타지 소설의 걸작이자 괴작이다. 단순하면서도 거대한 스케일에 빛나는 스토리 라인은 그야말로 심형래 감독의 취향에 적합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주인공격인 괴수가 여태까지 그 어떤 CG 기술로도 구현된 바 없는 대단히 독특한 오브제라는 것이다. 만약 그것을 스크린에 보이게 만들 수 있다면 심형래 감독의 이름은 영화사에 실로 길이 남을 수 있으리라. 구구한 설명은 이쯤에서 그만두고, 문제의 그 작품의 1, 2, 3장을 다함께 감상해보도록 하자.










[판타지 소설] 투명 드래곤


* * * * * *

"크아아아아"

드래곤중에서도 최강의 투명드래곤이 울부짓었다
투명드래곤은 졸라짱쎄서 드래곤중에서 최강이엇다
신이나 마족도 이겼따 다덤벼도 이겼따 투명드래곤은
새상에서 하나였다 어쨌든 걔가 울부짓었다

"으악 제기랄 도망가자"

발록들이 도망갔다 투명드래곤이 짱이었따
그래서 발록들은 도망간 것이다




* * * * * *

투명드래곤은 심심햇다
그래서 신을죽이기로 햇다
그래서 신들은 비상이ㅓㄱㄹ렸따

"씨발 투명드래곤이 쳐들어온대"

"그래 싸우자"

하지만 투명드래곤은 투명드래곤이라서 투명했따
그래서 안보여서 신들은결국 다 죽고말았따
투명드래곤은 이새계가심심해서 다른새계로
가기로하였따ㅣ


* * * * * * 명대사 나옴..* * * * * *


위이ㅣ이이이이이잉
투명드레곤은 차원이동을햇다
그러자 현실새계가 나왓다

"오 조은데 심심한데 다주겨야지"

투명드래곤이 브레스를했다 그러자 아니 브레스도
안하고그냥 손에서빔을 쐈다
그거 한방에미국이 다날라갔따
졸라짱쎈 투명드래곤이었다
사람들은투명드래곤이 투명해서 누가한지도 몰랐다
투명드래곤은 또 심심해져서결국......................(흐흐담편기대하샘)

* * * * * *


오늘은여기까지 애요~~~~~~~~~~~~~~~~~
뱌뱌~~~ 낼또쓸께요~~~~
아 글구여 저 첨인디 왜캐 욕만하세여....................
좀 봐주샘 첨이에여~~~~~~~~~~~
글구 내글은ㅜㄴ가출판안해가나~~~~~~~
책으로 나왔음종갰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 * * * *

그때엿다

"본부나와라 오바 투명드래곤을ㅗㅆ겟다"

쓩쓩쓩쓩쓩

전투기가날라와서 투명드래곤을 미사일쌌다
근대 투명드래곤은 투명해서 안보여서 그래서 안맞앗다
한두대쯤맞았는데 그건투명드래곤 간지럽히기도 안됬다

"푸하하 코딱지만도 못한것드라 잘가라 케케"

투명드래곤이 해서 전투기들은 0.001초만애 존나몰살당했따
진짜 짱이였다

* * * * * *
63빌딩이 잇었다 아니 100층도 넘는빌딩이 있엇다
근대 그빌딩보다 투명드래곤이더 컷다

"하하하하하ㅏㅎ"

투명드래곤이 그 빌딩을한대치자 전부무너졌다 빌딩이 무너졌다
그래서 투명드래곤은심심해서 그거풀려고 사람들한테말했다

"이제부터 나 사람으로 변해서살테니까 날알아서모셔라"

사람들은 당근 오케이했고 투명드래곤은사람으로 변했다
짠~다음부터는 투명드래곤이 사람으로변해서부터 시작하는
스토리가 전개댑니다 기대하시라 짠


* * * * * *
님들아 저 오늘 진짜로 오늘 여기까지만써요
뱌뱌
근대요저 첨이에요 좀 봐주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글구여 제글꼐속봐주고 잼따고해주시는그님감사
기대하셈 절대안실망시켜드림니다~~~~~~~~~~~ ㅇㅋ??
* * * * * *
갑자기 졸라 짱잼는스토리가 생각나서다시 습니다
기대하샘~~~~~~~~~~~
* * * * * *

사람으로변한 투명드래곤은 졸라잘생긴진짜 초미소년이었따
남자긴했는데 진짜여자들보다 훨씬예뻤다
진짜예뻣다 사람들남자여자 다 반했따
근대 투명드래곤이라투명해서 안보였따
그때 갑자기 누가 나타났따.

"크케케케ㅔ케케케"

바로저글링과히드라들 이었따 걔네들은오버로드를타고 마니왔다
지구로쳐들어 온거다 저그가 하여튼그래서 투명드래곤을
그들을 업새버리기로했다 다음내용 기대하시라졸라 숨막히는
스릴전투~~~~~
* * * * * *
그때였다 투명드래곤이 초필살기는 아니고그냥 필살기인
브레스를쏜거였다(초필살기는 브레스보다더쌤 기대하셈 ㅋㅋ)
그러자 오버로드만골라쐈다 그래서 오버로드들만 투명드래곤이
골라서 다죽인거였따

"펑펑펑펑 우아아아아아아ㅏ아!"

오버로드들은 결국 졸라게죽었다 피도졸라튀고 하여간수천만마리의
오버로드들이한번에 몰살당했따
그래서 투명드래곤은 자신을안보이게할려고 오버로드만일단
골라준인거였다 거기다가 오버로드가엄써서 저글링가히드라들은이제
도망도 못가게되었다

"하하하하핳 이제애들좀 죽여볼까 몸좀풀어불까 훗"

그게바로 피튀기는우주전쟁의 시작을 알리는투명드래곤의 한마디여따
저글링과히드라들은 공포에떨었다 근데안보여서지네들이
누구에게 죽는지도몰랏을 것이다 투명드래곤이이제
저글링과 히드라들을 향해움직이기 시작햇다


* * * * * *

학원가따와써여~~~ 계속글쓸께여님들아 기대해주샘
그리고볼사람만 바요 왜욕하고그래요 욕할꺼면보지말던가
그래도칭찬해주는사람이 더 만아서조으네요 히히
설문조사도짱재밌다가 만쿠 근데 보통찍으신분은 모냐구요 ㅠㅠㅠㅠㅠㅠㅠ
인기마나서질두하는건가
어째뜬 님들아 기대해주샘
욕할사람은 보지마~~~~~~
뱌뱌~~~~~~~~~~~~^^^^^^^^^

게다

'게다'라는 식의 종결어미는 앞니 사이로 침을 찍 뱉는 양아치처럼 천박한 인상을 남긴다. 그걸 쓰는 사람들이 그렇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그 말투가 내게 그런 뉘앙스를 남긴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앞으로도 그럴 수 없을 게다.

2007-08-09

My Fair Lady

7월 28일 보고 온 영화에 대한 평을 지금 쓰는 이유는, 마감도 마감이거니와 그동안 머리에 뽕 맞은 것처럼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영화가 상영중이라는 사실을 두고 '디 워'에 대한 논쟁으로 떠들썩한 세상은 과연 어찌된 곳인가, 이런 식의 택도 없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그건 지금 더 말할 건 아니다. 아무튼 지금까지도 머리가 머엉 하다. CG를 이렇게 저렇게 처발랐네 하면서 마치 CG가 헐리우드인 것처럼 말하는 것이 너무도 우습다. 이 영화의 초반부에서 꽃시장 장면을 본 사람이면 누구나 알겠지만, 바로 그런 것이야말로 진정한 시각적 스펙터클이지, 무슨 욕 같은 이름의 도마뱀들이 남한산성을 공격하는 그런 것은 애초에 영화의 긴 역사에서 한 방울의 잉크도 잡아먹지 못하는, 시시하다 못해 그래요 니들이 그렇게 훌륭하다면 훌륭한 거겠죠, 이런 정도라는 것을 왜 다들 모르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아무튼 스크린에서 햅번을 보고 나는 맛이 갔다. 이 영화가 놀랍게도, 현대 한국 멜로가 지향하는 바와는 완전히 다르게, 두 사람 사이의 계급적인 갈등은 그대로 보존한 상태에서 부모라는 제2의 변수를 독특한 방식으로 완전히 치워버렸다는 것을 알고 나니 더욱 그랬다. 일라이자의 아버지는 히긴스 교수의 추천을 받으면서 50파운드를 챙긴 이후 소식이 없는데, 알고 보니 그로 인해 '운 좋게도' 거액의 유산을 상속받았기 때문이다. 일라이자가 찾아가니 아버지는 결혼 전야여서 딸에게는 아무 관심도 없다. 이것은 딸내미가 경마장에서 '아버지에게는 럼주가 모유나 마찬가지였죠'라고 말한 바로 그 노동계급의 행태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 어느 정도 적나라하게 반영하고 있다. 딸을 버리는 게 그렇다는 게 아니라, 워낙 지저분한 상태에서 척박하게 살고 있다 보니 그에 맞는 행동의 방식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거다. 노동계급으로 살아가던 일라이자가 꽃 한 송이만 팔아달라고,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린 꽃 값을 물어내라고 떼떼거릴 때, 그것마저 예쁘게 보였다면 그 사람은 가난한 여자가 들이대는 한국 드라마의 맥락에 너무 함몰된 것이 아닐까. 이 영화는 내가 최근에 봤던 그 어떤 작품보다 더 적나라하게 계급성을 '드러내고' 있었다.

뭐 이딴 건 솔직히 아무래도 좋다. 까먹기 싫으니까 적어놓은 것 뿐이고, 사실 핵심은 요새, 머리에 뽕 맞은 것처럼 자꾸 이 영화의 노래 컷만 반복해 보고 있어서 그럴 바에야 차라리 블로그에 글을 쓰는 편이 낫겠다고 결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정말 제 정신이 아니었다.




햅번이 직접 부른 노래. 고난이도의 곡을 소화하기에는 다소 무리라는 사실을 확연히 알 수 있다. 음색이 너무 곱지 않으니까. 하지만 이 노래에서만큼은 너무도 잘 어울릴 뿐더러 사랑스럽고, 자신이 연기를 해서 그런지 정서까지 제대로 담아내고 있다. 마차를 이용한 액션 구성이, 어렸을 때 한 번 봤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인상적이었던 장면.




이 영화를 하도 어렸을 때 봐서, 다른 사람들과 달리 여기서 활용되는 어구를 발음 교정 교재에서 먼저 알고 있었다고 느끼게 된 경우. 아무튼 이 곡은 그 자체가 좋고 여기서 환희에 가득찬 햅번이 너무도 사랑스러울 뿐 아니라, 노래와는 약간 동떨어지게 '하하'라고 깔깔거리는 목소리가 귀에 쏙 박히는 클립이다. 일라이자는 이때까지만 해도 자신이 다른 계층의 세계에 들어가리라는 것을 짐작도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침대에 폭 자빠진 다음 하는 모습을 보고도 가슴이 뛰지 않으면 그건 남자, 아니 사람도 아니다. 지금 와서는 'Wouln't it be lovely'가 더 유명하지만, 이 뮤지컬이 처음 상연되었을 당시에는 이 곡이 최고의 히트작이었고 그것은 작곡가가 의도한 바와 같았다. 타자를 치느라 이 화면만 보고 있음에도 햅번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까지 다 떠오른다. 조심조심 사랑의 감정을 만지는 여자아이의 얼굴과 행동이 그런 거겠지.




사실 노래를 하기 전에 말다툼하는 장면이 일품인데, 그건 클립이 없다. '나한테 배운 걸 나한테 써먹지 마!'라고 발끈하는 히긴스 교수의 대사와 표정이 아주 귀여운데. 히긴스 교수가 문을 박차고 들어올 때 '문명화' 되었지만 다소 넘치는 태도로 환영하던 햅번의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여자가 노래를 끝낼 때가 되자 화급하게 막아버리는 히긴스 교수의 행태는 덤으로 봐주도록 하자.


조금 늦어서 허겁지겁 평을 쓰고 있다. 세탁기를 돌려놓고 빨래가 다 되기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렇기도 하다. 아무튼, 이 영화의 진정한 미덕은 '변신소녀물'이 무엇인지를 너무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데 있기도 하다. 햅번이 옷을 갈아입을 때마다 내 입에서 감탄이 나오지 않은 적이 없다. 경마장에서 '이 이상 대체 뭐가 있다고!'라며 절규했지만, 무도회 이후 히긴스 교수의 집으로 돌아올 때 입었던 드레스는 무도회의 그것보다 훨씬 우아하다. 용도가 달라서 어쩔 수 없긴 하지만 아무튼, 처음 히긴스 교수를 찾아갈 때 입었던 옷이 설정보다 너무 덜 튀고 덜 예쁘지 않았다는 것 정도가 문제랄까. 목소리가 뮤지컬에 적합하지 않아 더빙을 강요당했던 것만 제하고 본다면 햅번은 너무 예쁘고 훌륭했다.

2007-08-07

근황

물론 '디 워'를 보지는 않았지만, 방안에 모기가 날아다니고 있는 것이 신경 쓰인다. 내 집은 남산에 붙어있는 것도 아니고 붙어있지 않은 것도 아니어서, 해충이 많다고 할 수도 없고 적다고 할 수도 없다. 도무지 다른 동네에서는 본 적도 없는 꼽등이 따위가 활개치고 다니는데, 홈메트 한 장만 켜면 모기장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도 숙면을 취할 수 있을 만큼 통제가 되기도 하니까. 어쩌면 이게 정상일지도 모르겠지만.

가을이를 너무 홀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 나는 이틀에 한 번 꼴로 집에 들어가서는, 맛있는 것을 주고 고작 몇십 번 정도 쓰다듬어 준 다음 잠들었다 벌떡 일어나 다시 문을 박차고 나섰다. 가을아, 아빠 회사 갔다 올게, 라고 하면서. 내가 너무 감정 이입을 해서 그렇게 보이는 걸 수도 있겠지만, 내가 회사 갔다 온다는, 혹은 학교 갔다 온다는 말을 하면서 빠이빠이 손을 흔들면 가을이는 다소 실망한 표정으로 와서 최후의 발악처럼 손을 깨문다. 훗, 어차피 같이 있어봐야 서로 누워서 더 잠을 자도록 충동질하는 것 말고는 하는 것도 없는데.

요즘 사는 것이 만족스럽지 않다. 제한된 시간 안에 일정한 퀄리티의 글을 생산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도 피곤하다. 한때는 듀나처럼 매일 업데이트를 하면 이런 식의 게으름증 내지는 무기력증이 치유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하루 하루 그런 짓을 한다는 것 자체가 듀나가 듀나임을 증명해주는 일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7월 한 달 동안 일곱 편인가 여덟 편인가 아무튼 그만큼 영화를 봐놓고도, 그것도 두 주의 주말에 몰아서 봤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글로 정리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꼭 영화에 대한 것만도 아니다. 지금 나는 '개와 늑대의 시간'의 다음 화가 방영될 수요일만을 기다리고 있지만 그런 말을 글로 풀어놓지는 않는다. 말은 그래도 조금 한다. 이 괴리를 극복해야 한다고, 머뭇거리다가 스스로에게 다짐하도록 강요한다.

비틀즈의 'I Will'은 너무 좋다. 지금 두 가지 버전, 엔솔로지와 일반 앨범판을 놓고 계속 반복하고 있다. 연애를 하고 있지 않고, 막상 시작하면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무언가가 펼쳐질 것임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 아끼는 사람이 생기면 바로 이 노래를 불러주고 싶다. 꼭 안고 귀에 대고. 다들 그렇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