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에 싸드 발사대가 두 대만 들어와 있는 줄 알았다고 한다. 국방부로부터 그렇게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알고보니 네 기가 더 있었기에, 그 사실을 뒤늦게 알고 분노했다고 윤영찬 홍보수석비서관이 발표했다. 5월 30일, 오늘 가장 큰 뉴스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 이것은 언론플레이다. 그것도 아주 수준이 낮고 질이 나쁜 언론플레이다. 외교 안보에 관하여 가장 중요한 사안 중 하나로 이런 불장난을 하는 문재인 정권을 나는 도저히 신뢰할 수 없다.
이렇게 대놓고 집권한지 한 달도 안 돼서 언론플레이부터 하는 청와대는 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 '국방부(와 한통속이 된 미국)'이라는 가상의 적을 만들고 여론몰이 하려는 의도는 알겠다. 그렇게 난리를 피우면 서서히 불리하게 돌아가는 청문회 정국에서 여론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것도 알겠다. 그런데 어떻게 대통령과 그의 주변 인사들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담보로 이런 말도 안 되는 가짜뉴스 유포 언론플레이를 할 수 있는지, 그것만은 도저히 이해를 못 하겠다.
백번 양보해서 싸드 발사대가 총 6기 들어왔었다는 것을 청와대가 제대로 보고받지 못했다고 쳐보자. 그걸 홍보수석을 통해 언론에 대고 발표하는 것은 과연 '대통령'으로서, '청와대'로서, 합당한 행동인가?
일단 사실관계부터 확인해보자. 싸드 발사대가 총 6기 들어와 있다는 것은 국민 모두가 알고 있던 사실이다.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2017년 4월 28일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28일 군관계자는 "현재 사드의 발사대 4기는 경북 칠곡 왜관의 캠프 캐럴에 보관중이며 성주골프장의 시설공사를 마치는 하반기에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링크) 그보다 이틀 전에 나온 다른 뉴스. "이동식 발사대는 요격미사일을 쏘는 발사대로 지난달 6일 사드 장비 가운데 처음으로 한국에 도착했고, 보통 사드 1개 포대는 6기의 발사대를 갖춥니다."(링크)
정리하자면 첫째, 싸드 발사대가 한반도에 총 여섯 기 들어와있다는 것은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알려진 사실이었다. 둘째, 설령 그 보도를 접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싸드라는 것이 어떤 시스템인지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1개 포대가 배치된 이상 6기의 발사대가 뒤따라왔을 것을 예상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마치 '장전된 리볼버 한 정'에는 실탄 여섯 발이 들어있으리라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듯이 말이다.
문재인의 청와대는 바로 이런 차원에서 트집을 잡고 있는 셈이다. 보고가 누락되었다 한들 '아니 어떻게 발사대 네 기가 몰래 들어와 있을수가?'라고 역정을 낸다면, 그것은 자신들의 무능과 무지를 드러낼 뿐이다.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조직과 인력들이라면 설령 저런 착오가 있었다 한들 대외적으로 밝히지는 않을 것이다. 혼동한 사람이 쪽팔리는 일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개적으로 화를 낸다면 이것은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싸드 발사대 네 기가 한반도에 몰래 들어와 있다', 이것은 문자 그대로 '가짜뉴스'다. 문제는 그 '가짜뉴스'의 출처가 청와대라는 것이다. 싸드는 현재 외교 국방에 있어서 가장 첨예한 사안이다. 그것을 두고 청와대에서 '가짜뉴스'를 유포한다? 그것도 한낱 국내 정치에서 팻감으로 쓰기 위해? 국방부 길들이기 하려고? 국방부를 길들이려면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인사권을 활용할 일이지, 이렇게 동맹국과의 신의를 지속적으로 흔드는 수를 써야만 하는 것일까? 문재인과 청와대 참모진들에게 외교란 무엇이고, 안보란 무엇이며, 국방이란 또 대체 무엇인가?
나는 문재인에게 한 표를 던지지 않은 60%의 국민의 일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문재인을 대통령으로서 존중한다. 다른 이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문재인과 청와대 역시 국민들을 존중해야 하지 않을까? 심각한 외교 안보 이슈를 국내 정치용, 청문회 국면 돌파용, 국방부 길들이기용 카드로 휘두르지 않는 것은 그러한 국민 존중의 첫 걸음이다. 문재인 정권은 안보 불장난을 멈추고 수권세력으로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